스팀에서 흥한 게임과 흥하지 못한 게임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스팀, 보이는 모습만 따뜻하다.
규모가 크지 않은 인디게임들이 자체 홈페이지를 구성하여 게임을 출시 및 운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인디게임은 소프트웨어 유통망을 통해 게임을 출시하죠.
그중 '스팀'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유통망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스토브 인디'가 인디게임의 출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고, 시장도 점점 커진다고는 하지만 스팀에 비해서는 현저히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죠.
그렇기에 대부분의 인디게임, 꼭 인디게임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게임은 스팀 게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시장이 세계적으로 넓으니 해외 유저들을 모으기에도 상당히 좋은 환경이 갖추어진 스팀에 게임을 출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팀에 출시했다고 해서 게임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팀에 대해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팀에 진출하면 성공인가?
앞서 말했듯 스팀에 진출했다고 해서 모든 게임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거 인디게임만 그렇지, 대기업 게임이 스팀에 출시하면 무조건 잘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2022년 지스타에서 나름 호평받았던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입니다.
저는 지스타 시연 때 나름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있는 게임인데요. 이 게임은 넷마블이라는 대기업에서 유통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히트를 한 IP는 아니어도 '파라곤'이라는 IP를 사용하기도 했죠. 하지만 결국 정식 출시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출시 당시에는 꽤 화제 되어 30,000명 정도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만, 이후 점차 동시접속자가 떨어지다가 결국 천명 단위를 기록하고 점점 잊히게 되었죠.
초미지급(焦眉之急) 상태가 된 개발사에서는 게임을 살리기 위해 많은 개선을 하였으나 결국에는 서비스종료 수순을 밟게 되었습니다. 한 번 떠난 유저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이죠.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의 문제점은 '진입장벽'과 '호불호 요소'였습니다.
파라곤이라는 IP가 크게 성공하지 못하여 정식 출시가 이루어지지는 않은 게임 이기는 하지만 기존 파라곤을 했던 유저와 안 해봤던 유저의 격차는 출시부터 많이 벌어졌고, 결국 출시 초기부터 대거 유저 이탈이 일어나게 되었죠. 이 와중에 영웅들의 밸런스에도 붕괴가 일어나며 게임을 크게 무너트렸죠.
또한 넷마블의 자회사에서 제작한 가상 걸그룹인 '메이브'의 멤버가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있기도 하였는데, 이는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하였죠.
'오투잼 온라인'은 과거 유명 IP였던 '오투잼'을 활용하여 개발 및 출시한 게임입니다.
과거 오투잼을 플레이하던 추억에 잠겨있는 유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시한 오투잼 온라인은 출시부터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출시 후 1년도 되지 않아 서비스를 닫게 되었습니다.
오투잼 온라인이 망한 이유는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절망적인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가장 치명적이었던 문제는 노트와 음악이 맞지 않는 문제였습니다. 싱크가 맞지 않았다는 것이죠.
리듬 게임에서 싱크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슈팅 게임으로 따지면 공격이죠.
하지면 메인 요소에 하자가 있었고, 이 외에도 표기 오류, 모바일 식 UI로 크게 비판받으며 결국 스팀에서 어지간히 받기 힘들다는 '압도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글만 보면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게임에 문제가 많으면 망하는 게 맞지"라고요.
물론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게임이 재미없다면 아무리 대기업에서 출시한 게임이어도 흥행에 실패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스팀에 출시해서 호평받았음에도 흥행에 실패한 게임도 존재합니다.
'워헤이븐'은 얼리엑세스 시작 이후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하였으나 대체로 호평받으며 꽤 좋은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정식 출시를 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워헤이븐은 호불호가 갈리긴 하였어도 호평받으며 시작했고, 이후 유저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을 개선해 나가려는 모습도 보여주었죠.
하지만 결국 경쟁작을 이기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했습니다.
워헤이븐은 '포 아너'라는 기존 인기 게임과 유사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두 게임은 많은 비교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워헤이븐이 포 아너 보다는 못했는지 결국 동시접속자가 폭락하며 서비스를 종료하였습니다.
데브시스터즈는 기존 쿠키런으로 명성을 떨치던 기업입니다.
그런데 혹시 여러분은 데브시스터즈 게임 중에 쿠키런 IP를 활용한 게임 말고 아시는 게임이 있나요?
'데드사이드클럽'은 데브시스터즈가 야심 차게 출시한 사이드 뷰 멀티 슈팅 게임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 역시 얼리 엑세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하였습니다.
데드 사이드 클럽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저 무관심이었습니다.
나름 대기업인 데브시스터즈에서 출시한 게임이었음에도 대부분 이름조차 모를 정도로 흥행에 참패했죠.
스팀 종료 이후 PS5로 이름을 '사이드 불렛'으로 바꾸어서 출시했으나 이 역시 관심을 받지 못하고 빠른 서비스 종료가 결정되었습니다.
스팀은 하루에 30개 넘는 게임이 올라올 정도로 과포화 상태입니다. 이러한 대형 유통망에서 관심을 받기란 대기업이라도 쉽지 않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도전하는 이유
"아니, 다 실패하기만 하면 도대체 왜 출시해?"
여기까지 본 사람들이면 수많은 경쟁작, 마케팅의 어려움 등 스팀 출시의 단점과 실패한 사례만 보니 위와 같은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성공한 게임들은 보겠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출시 과정이 상당히 험난했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2017년 개발 소식이 전해지고, 2018년 지스타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모바일 환경에 초밥집을 운영하는 타이쿤 요소는 존재하지 않았죠.
하지만 2019년 데이브 더 다이버를 개발하던 네오플의 산하 팀인 스튜디오 42(포투)가 해체하며 '네 개의 탑'이라는 게임과 함께 개발이 취소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저는 정말 아쉬웠습니다.
2018 시연 기준으로 당시에 유행하던 양산형 RPG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재미를 느꼈었기 때문이죠.
저와 같이 데이브 더 다이버를 시연했던 사람도 상당히 재미있고, 출시가 기대된다며 만족하는 반응을 보였죠.
그렇게 역사 속으로 잊히는 줄만 알았던 데이브 더 다이버는 넥슨에서 새롭게 만든 서브 브랜드인 민트로켓에 의해서 부활하게 됩니다.
기존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PC 플랫폼으로 변경된 상태로 말이죠.
데이브 더 다이버는 스팀 출시와 함께 독보적인 흥행을 기록해 나갔습니다.
얼리 엑세스 이후 거의 10만명에 가까운 동시접속자를 기록하는가 하면, 정식 출시하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100만 장을 팔아치웠죠.
심지어 작년 하반기에 누적 500만 판매량을 돌파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데이브 더 다이버의 인기가 아직도 유지 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과연 데이브 더 다이버가 레드 오션인 스팀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개발자는 이에 대해서 게임 관리와 소통이라고 말합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얼리 엑세스 기간부터 공식 디스코드를 통해서 개발자와 유저의 소통 창구를 잘 마련했고, 공식 생방송에서 게임의 개발 현황을 이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3개월마다 사용자 테스트 피드백을 진행하며 게임 관리에도 많이 힘썼습니다.
그렇게 지속적인 소통과 게임 관리로 오랜 기간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죠.
고진감래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터널 리턴은 많은 위기가 있었고, 사실 최근까지도 아슬아슬한 운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살아남으며 자신의 강함을 증명해 냈습니다.
정식 출시 전 동시접속자가 2,000명 정도까지 떨어지며 서비스 종료 권고까지 받은 이터널 리턴이 정식 출시 이후 다시 10,000명 때의 동시접속자를 회복하고, 최대 30,000명까지 찍으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았죠.
물론 다시 10,000명 미만으로 동시접속자가 떨어진 적도 있고, 현재도 많은 비판을 듣고 있지만 결국에는 계속해서 살아남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정말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먼저 언급할 부분은 '강한 충성도를 가진 유저'입니다.
이터널 리턴 유저들이 많이 부르는 2,000결사대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닙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피크 타임 최소 2,000의 동시접속자는 유지가 되었습니다.
이들이 있었기에 결국에는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죠.
저도 저 2,000결사대에 포함된 사람으로서 이터널 리턴이 다시금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기뻤습니다.
하지만 정식 출시 이후 계속 순항하지는 못했습니다. 정규 시즌2에서는 다시금 흔들리며 10,000명 아래로 동시접속자가 떨어졌죠.
'님블뉴런'은 과연 어떻게 위기를 해결했을까요?
제 생각은 바로 '소통'입니다.
라는 한 줄을 보자마자 화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몇 개월째 '우린 틀리지 않았다.'를 시전하기도 했고, 별문제 없는 디스코드 건의 글을 삭제해 버리기도 하였죠.
하지만 저는 소통을 나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나름 잘 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해결된 문제들을 보면 꽤 많습니다.
파밍 간소화와 야생동물 개체 증가로 도태되는 팀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방향성의 패치, 전장 삭제 등의 기존의 비판을 의식한 패치와 날씨, 환경 식물, 루미, 큐브 등 새로운 요소의 추가로 꾸준히 유저 이탈을 막았습니다.
또한 유저들의 니즈를 잘 파악한 것도 한몫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소통에 포함되는 부분이죠.
시즌 5에서는 무려 '바니걸'스킨을 필두로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 시켜줄 다양한 스킨들과 '가넷'의 출시로 유저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번 시즌 7에서도 멋있는 컨셉과 높은 퀄리티의 스킨들로 유저들의 박수를 받아냈죠.
물론 이번 시즌의 메인 피쳐 중 하나였던 '사출 방지 시스템'이 크게 호불호 갈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동시접속자가 꽤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이 역시 소통을 통해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카잔과 인조이
최근에 출시한 '인조이'와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출시부터 상당한 흥행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카잔'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출시 이후 엄청난 호평과 함께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첫날 최대 동시 접속자 19,852명을 기록하며 아주 좋은 출발을 하였습니다.
이후 입소문을 통해 동시접속자 수 30,000명을 돌파하고, 스팀 전체 게임 순위 4위에도 올랐죠.
카잔의 경우 장기 흥행이 상당히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평가가 상당히 좋습니다.
물론 비판받는 요소도 존재하지만 대체적으로 호평이며 특히, 액션과 관련해서는 이견 없이 호평받고 있죠.
두 번째 이유는 국내 회사에서의 ARPG 장르가 없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경쟁작이 없습니다.
경쟁작이 없기에 카잔 같은 게임을 하려면 카잔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번에는 저를 포함한 많은 게이머분이 엄청나게 기대하셨을 '인조이'입니다.
인조이는 저번 지스타 후기 글에서 기대된다고 이야기했었죠.
실제로 얼리 엑세스 출시 이후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아니죠. 출시 전부터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출시 전날 '스팀 인기 위시리스트 1위'를 달성하였기 때문이죠.
이후 얼리 엑세스로 출시하였고, 판매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최고 인기 게임 1위를 달성했습니다.
또한 고작 1주일 만에 판매량 100만장을 달성하였죠. 이는 엄청난 기대작이었던 'P의 거짓'이 달성한 한 달 100만장 판매를 무려 3주나 앞서는 기록입니다. 44,800원이라는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최고 동시접속자도 77,325명을 기록하고, 이후에도 10,000명 이상의 동시접속자를 유지하고 있죠.
또한 스팀 평가도 '매우 긍정적'으로 장기 흥행의 청신호를 켰습니다.
또한 대표님이 직접 얼리 엑세스를 통해 인조이를 선보일 수 있게 되어 기쁘고, 앞으로 적극적인 소통으로 인조이를 크래프톤의 장기 프랜차이즈로 키워나가겠다는 발언도 한 이상 운영도 순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담으로 인조이 관련 글이 하나 올라갈 것 같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장담 못 하지만요.
과연 카잔과 인조이가 가시밭길을 걸을지 꽃길을 걸을지 주목됩니다.
마무리
이 글에서 소개한 사례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성공한 게임과 실패한 게임이 있습니다.
스팀이라는 유통망에서 각자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물론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와중에도 신작은 쏟아질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블루 아카이브'도 스팀 출시를 예고했죠.
최근 게임 산업에서 스팀 출시는 피할 수 없는 경로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이러한 스팀에서 다양한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여 게임 산업이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모두 소중한 시간 내 읽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